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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사피엔스> - 1부 인지혁명 / 인류는 어떻게 생태계의 최상위권에 올라섰는가

" 약 135억 년 전 빅뱅이라는 사건이 일어나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물질과 에너지는 등장한 지 30만 년 후에 원자라 불리는 복잡한 구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약 38억 년 전 지구라는 행성에 모종의 분자들이 결합해 특별히 크고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다. 생물이 탄생한 것이다.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생명체가 좀 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문화가 출현한 것이다. 그 후 인류문화가 발전해온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 부른다.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

 

- 사피엔스, p. 18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는가

 

 

우리는 흔히 인간, 혹은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동물과는 다른 유일한 종이며, 과학책에서 보던 네안데르탈인 등은 인류의 아주 오랜 선조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아라비아 반도에 상륙했던 당시, 이미 유라시아 지역에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정착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만 년간, 호모 사피엔스는 유일한 인간 종이었다. 다른 종류의 인간이 사피엔스와 합병(교배이론)된 것이 아니라면, 사피엔스는 다른 종을 멸종으로 이끌었다는 것이 된다(교체이론).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다른 종들에 비해 능력이 우수해 번식에 성공하였을 수도,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 속 대량 학살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어쨌든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은 인류가 되었고, 그 이유에 대해서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가장 그럴듯한 해답은 <언어>,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라는 것이다.

 

 

[ 우연이 선물한 언어, 인지 혁명 ]

인지 혁명이란 약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인지 혁명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유력한 가설은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다른 동물도 언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인류의 언어는 특별하다. 

 

1. 인류의 언어는 유연하다. 제한된 개수의 소리와 기호를 연결해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 무한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2. 우리는 언어를 세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때 정보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문을 이야기하고 수다를 떠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를 사회적 동물로 만든다. 그리고 사회적 협력은 우리의 생존과 번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뒷담화 이론 -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하기 위해서는 사실 뒷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소문은 누가 믿을만할지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소문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통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써 보다 긴밀하고 복잡한 협력 관계가 발달할 수 있다. 
  • 인지혁명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을 시사한다. 이는 <강가에 사자가 있다>는 등의 팩트를 전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종교, 신화, 전설은 인지 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 이러한 허구는 집단적인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집단적인 상상은 거대한 공동체가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는 본질이 된다.

 

 

[ 뒷담화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의 규모는 150명 ]

자연 상태에서 침팬지 집단의 개체 수는 20-50마리라고 한다. 이 수를 넘는 무리는 질서가 무너지고, 결국 분열하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는 인지 혁명을 통해 획득한 <뒷담화> 능력을 통해 이보다 많은 인원과 결속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뒷담화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은 규모도 약 150명에 불과한다고 한다. 

 

150명이라는 임계치 아래에 있는 집단은 친밀한 관계나 소문을 기반으로 유지될 수 있다. 작은 가족기업이나 소규모 공동체 등이 그 예시로, 이러한 집단에서는 공식적인 서열이나 법전 등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 숫자를 넘어가는 순간, <소문>에만 의존해 집단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류는 이 임계치를 넘어서 수억 명 까지도 지배하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그 비결은 <허구의 등장>에 있다.

 

"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은 공통의 신화를 믿음으로써 성공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모두 공통의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그 신화는 사람을의 집단적인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

- 사피엔스, p. 53

 

 

[ 가상의 실재 ]

  •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은 아주 복잡한 이야기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유한회사와 같은 허구는 이 네트워크 안에서 존재하는데, 이러한 가상의 실재는 역사 속에서 막강한 힘을 축적했다.
  • 이렇게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이 창조한 <가상의 실재>는 거짓말과는 다르다. 거짓말과 달리 가상의 실재는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을 말한다. 공통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이러한 가상의 실재는 현실에서 힘을 발휘한다.

"대부분의 인권 운동가들은 인권이 존재한다고 진지하게 믿는다. ... 설령 유엔도 리비아도 인권도 인권도 우리의 풍부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일지라도 말이다. 인지혁명 이후, 사피엔스는 이중의 실재 속에서 살게 되었다. 한쪽에는 강, 나무, 사자라는 객관적 실재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신, 국가, 법인이라는 가상의 실재가 존재한다. "

- 사피엔스, p. 60

 

 

가상의 실재는 생존에 필요한 생물학적 관점을 뛰어넘은 어떠한 가치 혹은 형태를 미래 세대에 전달한다. 어떠한 문화 중 일부는 자연론적인 관점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으며 (예. 성기능을 제거하는 내시제도 등), 오로지 인간의 상상 속에서 피어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네트워크에서는 불과 몇십 년 만에도 사회구조를 비롯해 인간의 속성, 경제 활동 등 수많은 형태가 급진적으로 바뀔 수 있다. 혁명은 하루아침에 독재자의 권력을 민중에게 돌려준다. 인류는 대규모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루며, 급속하게 변화하는  내부의 도전에 맞게 사회적 행태를 바꾸며 적응한다. 

 

" 사피엔스가 발명한 가상의 실재의 엄청난 다양성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행동 패턴의 다양성은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주된 요소가 되었다. 일단 등장한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 발전했으며, 그 멈출 수 없는 변화를 우리는 <역사>라고 부란다. 그러므로 인지혁명이란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한 지점이다. "

- 사피엔스, p. 66

 

<사피엔스, p. 65>


현대를 이해하기 위해 수렵채집 사회를 알아야 한다

 

[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아직 수렵 사회에 살고 있다 ]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현대인의 사회/심리적인 특성 중 많은 부분은 수렵과 채취를 하던 수만 년의 시간에 거쳐 형성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물질의 풍요와 100세 기대수명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해 준 후기 산업 사회의 환경은 우리가 소외되고 우울하며 압박받는다고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수렵채집세계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 우리는 종종 간식들을 탐내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어째서 달콤하고 기름기 많은 음식을 탐하는 것일까. 과일은 3만 년 전 채집사회에 살던 인류가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달콤한 음식이었다. 과일이 열린 나무를 발견한 당시 인류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행동은 그 나무에 있는 과일을 모두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원숭이와 같은 당시의 경쟁자가 그를 발견하기 전에 말이다. 우리의 DNA는 여전히, 아이스크림 한 통을 들고, 푹 뜬 숟가락을 쉽사리 놓을 수 없게 한다. 
  • 고대 수렵채집 사회는 일부일처 사회가 아니었다. 어떤 아이가 어떤 부모의 친자식이 알 수 없었고, 따라서 성인들은 공동 육아를 하며 모든 아이를 공평하게 대우했다. 오늘날 결혼생활에는 불륜, 이혼, 아이와 어른의 심리적 콤플렉스 등 다양한 장애가 존재한다. <고대 공동체> 이론을 주장하는 학자는 핵가족과 일부일처제 제도가 인간의 생물학적인 특성과 맞지 않는 데에서 기인하는 문제라고 하지만, 이는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으로 대부분의 학자는 이 주장을 거부한다. 

 

 

[ 농경의 발달은 바보들을 위한 생태적 지위를 만들었다 ]

수렵채집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에 대한 폭넓으면서 깊은 지식이 필요했다. 반면 오늘날 우리는 직업을 가지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주 좁은 전문 영역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을 배우면 된다. 이외에 삶에 필요한 방대한 영역은 다른 전문가들에게 맹목적으로 의존한다. 농업과 산업의 발달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도 단순 노동을 통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였다. 

 

 

[ 우리가 알 수 없는 인류 역사의 구멍 ]

1. 고대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애니미즘 신앙이 일반적이었다. 애니미즘은 모든 장소, 동물, 식물, 자연현상이 의식과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애니미스트는 인간과 다른 존재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다고 믿는다. 이들에게 세계는 인간을 비롯한 특정한 존재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존재 사이에 위계질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수렵채집인들이 애니미스트였으리라는 주장에 대부분의 학자가 동의하지만, 사실 이들의 종교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지어냈는지 모른다

 

2. 수렵채집인의 사회정치적 세계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사유재산이 존재했는지, 핵가족 사회였는지, 일부일처제 사회였을지 등에 대해 합의된 이론이 정립되지 않았다. 

 

3. 수렵채집 사회에서 전쟁은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 일부 학자는 사유재산이 나타나기 시작한 농경사회 이전에는 평화로운 사회였다고, 다른 학자는 고대 사회는 여느 때보다 잔인하고 폭력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고고학 유물은 드물며 불분명하고, 각기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을 다른 사실을 나타내며 (높은 폭력 흔적 혹은 평화로운 유골) 우리는 어떤 증거가 수렵채집 사회를 대변하는지 단정 지을 수 없다.

 

고고학 유물만으로 고대 수렵 사회에 대해 모든 답을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답을 할 수 없을지라도, 질문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수렵채집인들은 주변 환경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지어내 말할 줄 아는 사피엔스의 방랑하는 무리들은 동물계가 이제껏 만들어낸 것 중 가장 중요하고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

- 사피엔스, p. 101

 

 

[ 인류는 너무 빠르게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라섰고, 생태계도, 인간도 그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

사피엔스의 이동에는 대형 동물의 멸종이 뒤따랐다. 

 

  • 사피엔스의 호주 정착과 호주 대형동물의 멸종: 인류가 호주에 이주한 지 몇천 년이 지나지 않아 몸무게가 50kg이 넘는 호주의 동물 24종 중 23종이 멸종했으며, 이보다 작은 종 역시 대량으로 사라졌다.
  • 아메리카에 정착한 사피엔스는 북부 시베리아 등지의 매머드를 비롯한 대형동물의 멸종을 초래했다. 이후 미국 동부와 중남부, 남미로 퍼져나간 사피엔스는 2천 년의 시간 동안 북미에서 47 속의 대형동물 중 34 속, 남미에서 60 속 중 50 속의 멸종을 가져왔다. 사피엔스 정착 이전의 미 대륙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없던 동식물이 진화하고 번성한 지역이었다.  
  • 이러한 생태적 재앙은 농업 혁명 이후에도 규모가 축소되었을 뿐, 비극은 계속해 되풀이되었다. 

 

"수렵채집인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1의 물결 다음에는 농부들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2의 물결이 왔고, 이 사실은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물결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 이것은 특히 바다의 대형동물들에게 유효한 문제다. 오늘날 많은 종이 산업공해와 인간의 해양자원 남용 탓에 멸종의 기로에 서있다. "

- 사피엔스, p. 117